여행기

설악산 2019.06.29~30 오색-대청-공룡-오세암-수렴동대피소-소청-대청-오색-(1/2)

두두새 2019. 7. 17. 15:15

산행 일시

 

2019년 06월 29일 03:17 ~ 2019년 06월 30일 11:30


교통편


자가용(원점회귀)


날씨


2019년 06월 29일 날씨 오전 비 조금 오후 갬 11.0~18.4도(설악산 관측값)
2019년 06월 30일 날씨 오전 맑음 오후 맑음 11.8~18.0도(설악산 관측값)

 

2019년 06월 29일 날씨 오전 비 조금 오후 갬 18.1~27.7도(오색 관측값)
2019년 06월 30일 날씨 오전 맑음 오후 맑음 17.0~30.3도(오색 관측값)


산행코스


오색탐방지원센터-대청봉-소청분기점-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오세암-영시암분기점-수렴동대피소(1박)

수렴동대피소(1박)-봉정암-소청대피소-소청분기점-대청봉-오색탐방지원센터


도상거리


전체 28.58km
1일차 16.44km
2일차 12.14km

 

 

 

 

 

 


한 번 수렴동에서 자보고 싶었다. 이미 한 번은 자본 중청과 소청을 제외하면 희운각과 수렴동, 양폭이 남는다. 양폭은 대피소로서의 메리트가 없다 생각했고, 희운각에서는 별로 자고 싶지 않았다. 숙소를 정했으면 루트를 정해야 하는데, 안 가본 길로 가보자 해서 오색을 골랐다. 당초엔 한계령을 들머리로, 오색을 날머리로 하려 했지만, 한계령은 새벽에 주차장을 닫는다 하여 오색을 들머리로 했다.

전날, 그러니까 금요일에 퇴근해서 바로 길을 떠났다. 어디 텐트 치고 잘까 생각했지만 비도 오고 더 피곤할 것 같아 차에서 자기로 한다. 전번에 양양 여행을 갔을 때, 내린천휴게소(인제IC)의 시설이 훌륭했던 기억이 있어, 그곳을 오늘의 박지로 삼아 저녁까지 먹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늦게 간 탓인지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고 있는 중이었다. 그냥저냥 8000원짜리 제육볶음을 먹고 막바로 잠들려 하니 너무 배부른 탓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자기 한두 시간 전에 먹을 것을 그랬다. 결국 9시 반엔가 잠에 들었다.

알람을 맞춘 건 2시 정각. 눈을 뜨면 1시 55분이다. 어수선한 공기에 밖을 나서면 관광버스에서 등산객 무리들이 내리고 있다. 식당가로 올라가면 무리들이 10명 정도 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우동만큼 적당하고 빨리 나오는 음식이 없어, 새벽에 등산할 때엔 항상 우동을 시킨다. 대충 욱여넣고 나름대로 서둘러 간다고 갔지만 오색그린호텔에는 3시 10분에 도착했다. 당연하지만 징수원은 없다. 다음날 떠날때도 없었다.

시동을 끄면 빗방울이 지붕 철판을 때리는 소리가 오히려 적막했다. 그래도 가야지 하면 밖에선 호랑지빠귀 소리가 으스스한 게 떠나기 싫었다. 그렇게 미적대다 이럴게 아니다 싶어 길을 나서면 3시 18분, 오색지원센터를 지난 것은 3시 25분의 일이었다.

 

 

 

 

 

 

 

 

 

 

초반의 조금 평탄한 길을 지나면 나오는 순 오름길엔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괴로웠다. 그렇게 몇몇 팀을 추월하니 비옷 안은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숨도 차고 비도 잦아들었기에 쉼터가 보이면 바로 벗고 천천히 오른다.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등산객들 뒤로 적당히 간격을 유지하며 가니 마음이 편했다. 제1 쉼터를 지나서였던가 동쪽 하늘에서 찬찬히 색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앞서 가던 산객이 후등자에 하는 이번 내리막이 마지막 내리막이라는 말에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그저 오르는 탄력에 올라갔다. 눈치채면 내 키를 훨씬 넘었던 나무들은 사라지고 내 키만 한 나무들로 둘러싸인다. 6시 20분, 대청봉에 도착한다. 출발한 지 꼭 2시간 55분 만이다. 눈을 감고 후드득 빗방울 부딪히는 소리나 잦아들어가는 심장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퍽 고요해진다. 습한 바람에 몸이 식어 떨리기에 중청에서 조금 쉬기로 한다. 물을 끓여 보리차를 마시곤 훈훈해진 기운에 다시 발을 재촉한다.

클릭하면 커진다
꽃이 예뻐 한참 바라봤다.

 

 

 

 

 

소청분기점에 도착하면 7시 20분. 희운각으로 내려가기에 앞서 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내 무릎은 소중하니까. 지루한 내리막이면서 고개만 들면 공룡이 구름을 들락날락했다.

 

 

 

 

 

 

8시 30분, 희운각에 도착하니 등산객들이 시장통을 이루고 있었다. 조금 피곤해서 캔커피를 사 먹는다. 집에 전화를 하려 비행기 모드를 끄면 통화권 이탈이라 뜬다. 여기저기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손을 쳐들어도 여전하다. 혹시나 싶어 유심을 다시 껴봐도 똑같다. 주변 사람에 물어보니 자긴 잘 된단다. 똑같이 안 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그사람도 유플러스다.

자리에 다시 돌아오니 다람쥐가 겁도 없이 허리 벨트에 든 땅콩을 먹고 있었다. 시간도 많기에 9시에 출발하기로 타이머를 맞춰놓고 등을 기댄다.

 

 

 

 

 

깔딱대고 바위를 타다 보면 9시 30분, 신선대에 도착했다. 땀에 달라붙은 옷보다도 눈앞의 경치에 신경을 뺏긴다. 물 알갱이가 알알이 부딪힘에 저 멀리의 구름도 산줄기를 따라 실개천을 이룬다. 몇 시간 후에나 가닿을 곳을 바라보면 문득 경외심이 일었다. 처음 설악산을 탈 때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그것이다. 비록 이번이 3번째 설악산 산행이지만서도. 심호흡을 하면 물 알갱이가 온전히 느껴졌다. 지금 서 있는 바위가 눈 앞과 한 줄기구나. 어깨를 펴본다.

언젠가 울산바위도 가야 하는데 하면서 기회만 엿본다.

 

 

 

 

 

 

신선대에선 거의 30분을 머물렀다. 시계를 보면 10시 가까이여서, 집에 연락을 넣고 길을 떠난다. 그렇게 막 힘든 것 같진 않은데 시간만은 빨리 간다. 고개 하나 차이로 날씨가 훅훅 바뀐다. 잠시 쉬어 가기도, 때로는 뛰다시피 하면, 정오가 되어 있다. 나한봉 전 안부에선가, 막걸리를 마시는 팀을 보곤 되게 부러웠다. 막걸리뿐 아니라 산에서 술잔을 함께 한다는 존재 자체가. 그렇지만 사람이 간사하다는 게, 막상 산을 같이 타면 동행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또 그렇다.

 

 

 

 

 

거의 1시 다 되어서 나한봉에 도착한다. 조망점에서 울산바위 쪽으로 줌을 당겨본다. 저번에 올 때 희운각 쪽에서 온 사람들이 나한봉 부근에서 식사를 하던 것이 기억이 나, 경치도 좋고 여기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어차피 견과뿐인 단출한 행동식이지만 자리를 펴고 먹는 맛은 또 다르다. 수낭에 담아온 물은 아직 차가워 아이스티를 마시면 이제 구름을 뚫고 비치기 시작하는 직사광선도 맞설 만했다. 여기서 마주친 등산객 두 명이 기억에 남는다. 적어도 부부로는 안 보이는 남녀였다. 여자 측에서 내 자리가 참 좋겠다 하면 남자 측에선 땡볕에서 뭐하러 저리 있냔 식으로 이죽대는 꼴이 볼썽사나웠다. 왜 그렇게 살까 자문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13시 30분이다. 내려가면서 이 길이 이렇게 쉬웠나 생각한다.

아무튼 13시 50분에 마등령분기점에서 오세암으로 방향을 튼다. 아침께 비가 온 게 땅에서 다시 습기로 올라와, 좋게 말하면 숲 냄새고 나쁘게 말하면 꿉꿉했다. 내려가는데 왜 이리 경사도 깊고 내려가기 싫던지. 계단 하나 내려가고 한숨 쉬고를 반복하다 1.4km 내리막을 자그마치 1시간 10분을 걸려 내려가, 오세암엔 15시에 도착한다. 오세암은 말로만 들었는데 왜 그렇게 유명한진 모르겠다.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분위기에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약수는 여태까지 먹어본 물 중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낭에 물을 보충하면서 몇 리터를 마셨나 봤더니 1.2l을 마셨다. 타고 내려오는 물을 수건에 적셔 세수를 하기도 하고, 물 때문에 행복했던 오세암이다. 집에 다시 연락을 넣기도 하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15시 20분에 영시암(백담사) 쪽으로 출발한다.

공사중인 오세암. 어수선했다.

 

 

 

 

 

오세암에서 내려오는 길은 평이했다. 나를 앞질러 가는 오세암 신도들을 보면서 내가 그래도 피곤하구나 싶다. 영시암 분기점에 도착한 것은 16시 20분, 다시 수렴동까진 16시 35분에 도착한다.

막 데크를 올라서는데 등산회 무리가 체크인하러 들어간다. 나무 탁자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에 수돗가를 물어봐 세수를 한다. 개운함에 가만히 물을 담아 멍하니 있으려니 무리가 나와 어디론가 간다. 대피소는 목조 건물이었다. 들어가면 곧장 카운터로, 젊은 국공 직원이 앉아있다. 예약이 꽉 차있다며 좁아도 이해해달란다. 과연 다 올까 싶었고, 운 좋게도 내 옆으로 3명이나 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으레 그렇듯 2층의 출입구 쪽 구석자리에 배정받아 매트를 깐다. 한바탕 등산회 무리가 쓸고 간 객실은 고요하다. 간간히 밖에서 들려오는 수다 소리에 눈을 꿈뻑대다 눈을 감는다.

해가 꽤 기울었다. 이럴 게 아니다 싶어 반바지로 갈아입고 밖을 나선다. 오늘의 저녁은 3분 짜장과 햇반, 건조 계란국이다. 그동안 해봐야지 했던 '햇반 빨리 먹는 방법(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ooill00&logNo=220410907252&parentCategoryNo=&categoryNo=1&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으로 하니 밥도 설익은 부분 없이 맛있고 가스 소모량도 적어저 아주 만족스러웠다. 배도 부르겠다, 근처 계곡으로 가 위스키를 홀짝거리니 날이 저문다. 아까 낮잠을 잔 탓인지 옆의 등산객들 떠드는 소리에 영 못 자다 10시에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