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2019.06.29~30 오색-대청-공룡-오세암-수렴동대피소-소청-대청-오색-(2/2)
산행 일시
2019년 06월 29일 03:17 ~ 2019년 06월 30일 11:30
교통편
자가용(원점회귀)
날씨
2019년 06월 29일 날씨 오전 비 조금 오후 갬 11.0~18.4도(설악산 관측값)
2019년 06월 30일 날씨 오전 맑음 오후 맑음 11.8~18.0도(설악산 관측값)
2019년 06월 29일 날씨 오전 비 조금 오후 갬 18.1~27.7도(오색 관측값)
2019년 06월 30일 날씨 오전 맑음 오후 맑음 17.0~30.3도(오색 관측값)
산행코스
오색탐방지원센터-대청봉-소청분기점-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마등령-오세암-영시암분기점-수렴동대피소(1박)
수렴동대피소(1박)-봉정암-소청대피소-소청분기점-대청봉-오색탐방지원센터
도상거리
전체 28.58km
1일차 16.44km
2일차 12.14km
2시 20분엔가 눈이 떠졌다. 어수선한 게 나 말고도 다른 팀이 자리를 정리 중이다. 에어매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대충 공기를 빼 배낭에 쑤셔 넣고 밖으로 나온다. 에어매트 바스락대는 소리가 조금 민폐라, 대피소 용으로 발포매트를 하나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아침(?)은 언제나 그렇듯 미역국 라면 반개와 햇반 하나다. 햇반은 조리되어 있어, 그냥 찬밥으로 미역국에 말아먹는다. 다 먹고 짐을 싸는데 옆을 보니 같이 나온 옆 팀은 이제 막 햇반 뚜껑을 뜯는다. 확실히 미리 돌려오니 효율적이다. 출발하면 꼭 3시였다. 잠시 랜턴을 끄면 별이 많았다. 조망이랄 것도 없이 올라가다, 몇몇 팀을 마주친다. 어느 블로그에선가 본, 산은 혼자 타면서도 같이 탄다는 글귀가 떠오른다. 어둠에 두렵더라도, 이내 다른 불빛에 어둠이 스러지고 두려움도 사라진다. 그래, 나는 이 정도 거리감이 딱 좋다.
여러 폭포들을 귀로만 스쳐 지나가면 동이 터온다. 호흡이 가빠지고, 땀에 옷이 달라붙어 불쾌감이 느껴진다. 어디 세수할 곳 없나 찾다 보니 점점 계곡이 좁아진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등로 옆에 작게 물줄기가 흐르면 그것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아예 물속에 머리를 처박으니 시원했다.
봉정암에 도착하면 5시 20분이다. 등산객과 신도들이 뒤엉켜 절내가 벅적벅적하다. 보니 보시를 하고 있었다. 아침 보시를 하는 줄은 몰랐다. 먹을까 했지만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아 수낭에 물을 보충하고 무료 커피나 뽑아 마신다. 그렇게나 쉰 줄은 몰랐는데 40분을 여기서 쉬었다.
봉정암에서 대청 가는 길은 별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마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소청대피소는 6시 30분에 도착해, 아예 발전실에 가방을 두고 화장실에 간다. 시원찮게 볼일을 보고 나면 6시 45분, 길을 재촉하면 청명했던 하늘이 흐린 게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7시 25분에는 중청대피소를 통과한다. 안개 낀 대청봉을 보면서 대청봉으로 가서 오색으로 하산할까 들르지 말고 한계령으로 갈까 고민하다 그래도 대청봉은 다시 가야지 싶어 대청봉을 통해 오색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7시 40분, 대청봉에 도착한다. 오늘도 흐린 대청봉이구나 하면서 내려가려니 이내 안개가 걷힌다. 처음으로 대청봉이 맑은 모습을 본다. 하늘도 맑고 20분을 정상에서 보낸다. 산을 두 번 탄 셈이다.
8시 5분에 대청봉을 떠난다.
지루했던 하산길. 한계령으로 하산할 것을 후회했다. 너무 발이 아파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앉을 곳만 보이면 엉덩이부터 들이대기 바빴다. 제1 쉼터에선 아예 누워있으면 지나가는 등산객이 말을 건다. 안 가세요? 뭐 시간도 많고 하니 천천히 가려한다 하니 길 안 막히냐 한다. 그 소리에 번뜩 일어나 아픈 다리를 끌고 간다.
11시 반에야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올라갈 때엔 2시간 50분 걸린 것을 내려갈 땐 3시간 25분 걸렸다. 흙길이 나오면 너무 감사했다. 괜히 이쪽으로 내려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감상은 그뿐이다.
오색약수도 한번 들렀다. 저번 주에 간 미천골 자연휴양림에 있는 불바라기 약수가 훨씬 맛 좋은 것 같다. 접근성이 비교도 안되긴 하지만서도. 주변에 중화요릿집을 찾았지만 양양 시내로 가야 있어, 내린천 휴게소로 가서 먹기로 한다. 인제양양터널을 통과하다 정신을 차리니 앞차와 불과 10m 정도로 가까워져 있어 식겁했다. 창문을 열 수는 없어 큰 소리로 노랠 부르다 휴게소에서 20분 정도 낮잠을 잤다. 휴게소에선 냉짬뽕을 팔 리가 만무하나 그래도 기대를 품고 있는데, 중화요리라곤 짜장면뿐이다. 그냥 매운 떡볶이로 잠을 깨우기로 한다. 태양이 너무 세 선크림도 다시 한번 바르고. 그 뒤는 뭐, 지루한 귀갓길이고, 지루한 반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