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조령산 2019.08.04~05 문경새재공원-조령1,2,3관문-깃대봉-신선암봉-조령산-이화령

두두새 2019. 8. 8. 20:17

산행 일시

 

2019년 08월 04일 10:05 ~ 2019년 08월 05일 07:52


교통편


자가용

이화령에서 부분 버스(10-2, 각서2리-진안) 후 도보


날씨


2019년 08월 04일 날씨 오전 맑음 오후 맑음 25~35도

2019년 08월 05일 날씨 오전 맑음 22~34도



산행코스

 

문경새재공원-조령1관문-조령2관문-조령3관문-깃대봉-신선암봉-조령산-조령샘(부근1박)

조령샘(부근1박)-이화령

 


도상거리


전체 14.90km
1일차 12.7km
2일차 2.2km

 

 

 

 

클릭하면 커진다

 

 

 


역시 나는 조령산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지난 겨울에 조령산에 갔을 때엔 (기산) 들머리를 잘못 선택해 등산로도 보이지 않는 길을 러셀하다 군부대 등산로를 만나 겨우 조령샘으로 나왔다. 조령산 정상에 오르고서도, 길 같지도 않은 길을 어떻게든 가겠다고 혼자 낑낑대다가 915봉 근처에서 탈진해 이삼십분인가를 누워있다 2관문 갈림길에서 하산한 적이 있다. 이번엔 그때의 설욕을 갚고자 했으나 결국 상처뿐인 승리다. 그동안 교만했음을 여실없이 느낀 산행이다. 그러면서도 언젠간 주흘산까지 환종주를 하리라는 치기어린 다짐을 한다.

이번 산행은 친구 T를 백패킹이란 취미로 꼬드기고자 한 산행인데, 코스를 잘못 잡은 것 같다. 그것도 꽤나 많이. 아마 다신 나와 가지 않을 성싶을 정도로 T의 발에 물집이 잡혔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1~3관문에선 오히려 내가 탈진해 숨이 막혔는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2관문 갈림길을 지나면서 내 컨디션은 오히려 좋아지고 T가 힘들어했다. 컨디션이 좋아지긴 했지만 심박수는 최대 190까지 치솟았으니 여간 아니었다. 사실 혼자 왔으면 그냥 1관문에서 돌아갔을 텐데, T의 첫 백패킹을 그런 식으로 망칠 순 없다는 고집에 그대로 강행했다. 돌아보면 아무래도 무리였던 산행이다.

 

 

 

 

 

9시 반, 문경새재 공원 주차장에 도착한다. 네비에 문경새재 주차장을 입력해야 하는데 조령3관문 주차장을 검색하는 바람에 수 분 지체되었다. 1관문을 통과한 것은 10시의 일이다. 몇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질어질한게 정말 탈진이 온 것 같았다. 평소엔 배낭을 7~9kg 대로 하다 14kg대로 산행을 하려니 그런 것도 같았다. 무게는 토르소를 어찌저찌 맞추다 보니 적당해졌다. 그래도 숨이 넘어갈것만 같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말이지 하늘만은 쾌청했던 날이다. 재작년 여름이 생각난다. 폭염경보가 연이어 내린 날들, 정확히 이때즈음이었다. 태양은 직선이었지만 열기는 어떻게든 곡선으로라도 에둘러 도달했던 날들. 그나마 HMI 조명임을 다행스러워했던 세트장의 열기들, 콧잔등에 맺히는 땀들, 봉당 아래의 배우로 맺힌 시선들, 컷 소리만큼이나 단호한 직사광선. 2년 전에 여기 있었던 나는 꽤나 열심이었다. T바, 테라덱, WCU, 18-80, 45-250, 25-250, N번 마스크.... 지나간 용어들이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세트장을 애써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T에게 재작년인가 여기서 뺑이쳤다는 이야기를 한다.

 

 

 

 

 

관광객인지 등산객인지 아무튼 사람 한 무더기들을 지나고 조령 2관문에 도착한다. 10시 40분. 쉬었다 갔다 하니 시간은 점점 지체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2관문 근처 약수터가 맛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기억해냈는지 지나치려다 한모금 축인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가다 쉬다 가다 쉬다 하다 3관문 전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마트표 삼각김밥인데,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칼로리를 섭취한다는 느낌이다. 3관문 휴게소에서 맥주를 먹을까 하다 더 탈진이 올 것만 같아 솔의 눈을 먹는다. T는 밀키스. 몇시간이지마는 마지막 찬 음료다. 3관문에서 깃대봉 방면으로는 12시 45분에 방향을 틀었다.

 

 

 

 

 

깃대봉 갈림길로 올라가는 길은 평이한 길이다. 그런데 왜 그리 힘들던지. 13시 20분에야 도착한다. 갈림길에서 10분의 휴식을 취한다. 이 구간부터는 힘들어 사진조차 찍지 않았다. 갈림길을 지나면 조금 밧줄을 타야하는 구간이 나오는데, 적당한 정도다. 갈림길 이후론 아예 사람을 만나질 못했다. 당연한가, 이런 날씨에.

 

 

 

 

 

실제 위치와 지도상 위치가 다르다. 깃발모양이 실제 촬영한 위치다.

2관문 갈림길에 도착한다. 14시 30분. 아예 웃옷을 벗고 쉰다. 아무런 생각 없이 쉬면 벌써 20분이 지나있다. 여기서 중탈을 할까 심하게 고민을 한다. 그러나 아까 3관문에서보단 많이 나아진 몸에 그대로 직진하기로 한다. 그러나 막바로 보이는 암릉구간에 다시 돌아갈까 하는 고뇌의 연속이다.

 

 

 

 

 

진행할수록 주흘산 구간이 드러난다. 레이어가 천천히 벗겨지는 느낌이다. 암릉 구간을 벗어난다. 고 에어컨바람 쐬면서 글을 쓰지만 엄청 힘들었다. 내가 타 본 산 중 가장 힘든 구간이었을 것이다. 설악산보다도 더. 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한 번 오자고 다짐한다. 나도 초보나 다름없는지라 리딩이 잘 안돼 앞서나가 T더러 기다렸다가 어디어디 밟고 오란 식의 암릉 산행을 이어간다. 중간에 쥐도 나 꽤 지체된다.

 

 

 

 

 

실제 위치와 지도상 위치가 다르다. 깃발모양이 실제 촬영한 위치다.

 

16시 35분, 지도상에는 표기되지 않은 갈림길을 발견한다. 신선암봉 전에 있어, 2관문 전에 있는 꾸구리 바위로 하산할 수 있는 길인가 보다. 이제 서서히 색온도가 올라가 오후임을 실감케 한다. 이제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태양이 작렬하는 2-3시 보다도 강하다.

 

 

 

 

 

17시, 신선암봉에 도착한다. 자그마한 비가 오히려 암봉을 도드라지게 해 마음에 든다. 비 위엔 조화가 있는데, 누구를 기리는 의미인지 산신에 부탁하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신선암봉 지나서도 바위 하나에 조화가 있는데 같은 사람이 놓고 간 건가?

등을 기대면 하룻날동안 달궈진 돌이 뜨거웠지만 그래도 눕고 싶어 그대로 드러누웠다. 20분인가를 누워있다가 개미가 목을 깨무는 바람에 일어났다. T는 힘든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실제 위치와 지도상 위치가 다르다. 깃발모양이 실제 촬영한 위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앞에서, 중탈을 논한다. 이대로 마당바위로 하산할 것인지, 지금까지 온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갈 것인지. 한차례 계단이 끝나고 이제 다 왔나 했더니 아직도 삼백미터가 남거나 한다. 산에서는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경사가 문제다. 이 지점은 18시에 도착해 10분을 쉬다 출발한다. T가 이번 물이 마지막 물이라는 말을 한다. 2.5리터를, 그것도 1리터면 충분하지 않겠냐는 것을 쥐어준 것인데 다 먹었다. 슬슬 내 물은 얼마나 남았을지 궁금해진다. 나는 수낭이라 일부러 배낭을 열어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군것질 거리는 탑에 보관하고. 수낭이 이럴 때는 불편하다.

+여기서도 지도와 실제 위치가 어긋나있다. 거의 700m가 어긋나있으니, 심각하다.

 

 

 

 

 

차츰 사위가 어두워짐을 느낀다. 마지막 계단이다. 당시의 내 기억으론 이후 150m 구간은 평탄했던 기억이기에 T를 재촉한다. 19시에 이 지점을 도착해 5분을 쉰다. 목을 축이려 수낭을 빨지만 물이 나오지 않는다. 물이 바닥난 것이다. 3리터의 물을 챙겨와 11.7km만에 다 먹은 것이다.

 

 

 

 

 

19시 13분, 조령산 정상에 도착한다. T에 고생했다는 말과 간단한 인증샷을 찍은 후, 바로 내려간다. 박지를 살펴봐야 했기 때문이다. 박지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어, 블로그 등에서 자주 보이는 헬기장에 박지를 잡을지, 조령샘 근처에 박지를 잡을지 고민했다. 어차피 헬기장에 박지를 잡더라도 물이 이미 바닥난 상황이라 조령샘으로 내려가야 해, 우선 조령샘으로 향한다. 조령샘으로 내려가는 데크길이 새삼 길다.

조령샘 부근에 다행히도 박지로 삼을만 한 공간이 있어, 박지를 잡기로 하면 19시 35분이다. T에 그냥 물이나 떠오라 하고, 텐트를 치고 밥을 먹는다.

 

 

 

 

 

박지엔 은은하게 바람이 불어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나는 씨투써밋 실크코튼 라이너를 덮고 잤고, T는 네이쳐하이크 침낭(LW180)을 덮고 잤다. 이번에 산 몬테인 발포침낭을 써봤는데, 푸근하고 좋았다. 다만 가로 사이즈(58cm)이 잘 땐 좋은데 산행시엔 너무 크게 느껴지는 단점은 있다.

 

 

 

일어나면 5시다. 등산객 눈에 띄지 않으려 일찍 일어난다. 적당히 미역국라면과 스팸으로 아침을 먹는다. 월요일이기도 해 천천히 박지를 정리하고, 출발하면 6시 20분, 목을 축여준 조령샘에 안녕을 고한다.

 

 

 

 

 

(오른쪽 적색) 지난번 등산한 기록. 정말 고생했다.

조령샘 바로 밑에 있는, 지난 겨울 고생했던 등산로. 지도와 이정표엔 마당바위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고 하지만 등산로가 막혀있다. 더 가면 될 것 같지만 기산에서 고생했던 경험에 순순히 따르기로 한다. 그대로 이화령으로 향한다. 이화령 길은 정말 비단길이라, 똑같은 조령산이 맞나 싶다.

 

 

 

 

여러 블로그에 나와있는 대로, 능선을 타지 않고 200미터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확실히 이 길이 쉬운 것 같다. 그렇게 비단길을 주욱 가는데, 등산이 항상 그렇듯 뜬금없는 곳에서 사고가 난다.

스틱이 부러졌다. 몇 번 안 쓴 스틱인데 부러졌다. 지난번엔 스틱을 도둑맞더니 이번엔 스틱이 부러진다. 내 스틱들은 왜 이리 파란할까. 확실히 카본 스틱이라 그런지 내구도가 약하다. 몇 해 전 어머니에 사준 카본스틱인데 산행 자체를 몇 회 안하시다 보니 내가 쓰기 전까진 거의 새것 같았던 스틱인데, 그냥 허무하게 부러진다. 어디 대단한 힘을 줘서 그런 것도 아니고 돌뿌리에 걸린 것을 그대로 훅 나가니 부러졌다. 뭐 스틱 하나로도 충분하니 그대로 진행한다.

 

 

 

 

 

그래도 돌산이라고 평탄한 길에 너덜이 더러 있다. 앞에 안개가 낀 게 오늘도 덥겠구나 싶다. 저기 돌탑은 꼭 사람같은 게 밤에보면 놀라게 생겼다. 광복절날 삼백종주를 계획중인데, 다른것 보다도 무서움이 신경쓰인다. 사람이 무섭고, 짐승이 무섭고, 귀신이 무섭고.

 

 

 

 

 

그리고 7시 52분, 이화령에 도착한다. 월요일인데도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많다. 등산하는 사람은 이화령으로 나오기 전에 한 무리밖에 보지 못했다. 그 시간부터 매트를 지고 가는 것으로 봐선 백두대간이나 아니면 휴양 목적으로 백패킹 온 사람으로 보인다. 이화령에 도착하니 텐트가 두 동 있다. 간밤에 자던 사람들인가 보다. 건너편 휴게소는 역시 열지 않았다. 막걸리라도 먹으려 했더니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아쉬운대로 사이다와 이온음료로 목을 축인다. 터널 밑에 대충 매트를 펼처 드러눕는다. T에 같이 누으라 하니 쪽팔린지 사양한다. 쉬다가 이제 집에 가야한다는 것을 떠올리곤 어떻게 돌아갈지 논의하다 택시가 보이면 택시를 잡고 아니면 걸어가기로 한다. 이제 생각하면 T에 가혹한 일정이었다. 어제부터 물집이 잡혔는데.

 

 

 

 

 

내려가는 길, 비스듬한 햇살이 좋다.
아까 지나왔던 이화령이 저렇게 작게 보인다.
이 부근에서 날파리들이 너무 달려들었다. 땡볕에 나가면 어깨로 붙기에 다 잡아 죽였다.

 

 

 

 

 

결국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수안보로 가 한화리조트로 갈까 하다 야놀자에 싸게 나왔기에 수안보온천랜드로 갔는데 별로였다. 산행하며 먹자먹자 하던 냉짬뽕도 먹고 설빙도 먹었다.

 

 

 

 

 

+++휴몬트에 AS를 신청하려 알아보니 밑의 3단 부분만 따로 판단다. 가격은 1만 500원. 바로 신청하고 어젠가 받았다. 완전히 새 제품이다. AS가 꽤 좋고 깔끔하다 느낀다.

지금 보니 예전 촉에 녹이 꽤 슬어있다. 도둑맞은 이스턴 스틱은 몇년을 써도 녹이 안 슬었는데 스틱이 문젠지 어머니의 관리가 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스틱 도둑년은 정말 벼락맞고 위로 3대, 아래로 3대를 육시당하길 빈다. 아직도 용서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