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용문산~유명산 2019.08.24~25 상원사-장군봉-설매재-유명산

두두새 2019. 8. 27. 19:00

산행 일시

 

2019년 08월 24일 13:23 ~ 2019년 08월 25일 10:12

 

 

교통편

 

     상원사까지 자가용

 

     하산 후 날머리(용천3리 종점)에서 양평역까지

     6-3 1030양평터미널 발차 1055용천3리종점 회차

 

     양평역에서 용문역 경의중앙선 이용

 

     용문역(용문우체국)에서 연수리종점(상원사 밑 직선거리 1km)까지

     7-1 이용하려 했으나 눈앞에서 놓침.

     택시 이용(상원사까지)

 

 

날씨

 

2019년 08월 24일 날씨 오후 흐림>비 조금>갬 16.6~24.9도 (용문산 관측)

2019년 08월 25일 날씨 오전 맑음>구름 조금 17.2~28.8도 (용문산 관측)

 

 

산행코스

 

상원사주차장~상원사~장군봉~군부대갈림길~설매재~유명산(부근1박)

유명산~설매재~용천3리종점

 

 

도상거리

 

전체 18.4km

1일차 12.08km

2일차 6.32km

 

 

 

 

 

 

원래 위의 계획에서 아래 계획으로 바뀌었다,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전날 저녁에 술을 너무 마신 탓에 눈을 떠지긴 6시에 떠졌지만 숙취로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8시에 집에서 출발해야 10시 반 정도에 도착해 백운봉을 시작으로 가섭봉까지 가는 용문산 주능선 종주를 할 수 있는데 숙취가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집에서 쉴까 하니 밖에선 포크레인 땅 파는 소리가 시끄럽다. 적당한 경로가 없을까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굴리다가 용문사쪽은 주차비를 받고 상원사쪽은 주차비를 받지 않아 상원사로 향하기로 한다.

10시 반, 아직 숙취가 있지만 일단 시동을 건다. 숨 하나 하나가 무겁다. 호법JC에서 영동으로 빠지면 정체다. 그냥 장호원으로 갈 것을 그랬다. 아무 생각이 없으면 이렇게 된다. 여주휴게소에서 햄버거나 먹을까 하다 보이지 않길래 짜장면을 시키니 바로 옆에 햄버거 가게가 있다. 짜장면은 단체급식 짜장면 맛이다. 돈 버렸다. 입가심으로 어묵바 하나를 사 먹고 다시 출발한다. 그래도 이제 숙취로 머리가 아프진 않다. 숨은 여전히 무겁지만.

 

 

 

 

 

양평으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보이는 용문산-유명산 일원은 압권이다. 백운봉 일대가 특히. 그런데 이 정체는 어떻게 해결하지 못하나. 꽤 먼 길을 가면 상원사다.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다. 가방 무게는 물 2l와 식량을 포함해 총 12.7kg, 가방을 매니 이제야 한 대 들어온다. 13시 23분, 출발이다.

 

 

 

 

 

콘크리트 임도를 1.5km 정도 25분을 걸으면 상원사가 나온다. 작은 절이다. 오대산이 갑자기 생각난다. 오대산 상원사에서 점심 공양을 드린 기억이 있다. 오대산 선재길은 몇 번이고 다시 걷고 싶은 길이다. 거기 파리들만 빼고. 아무튼, 이야기가 딴 길로 샜는데 등산로가 보인다.

 

 

 

 

 

좌쪽으로 보이는 이 길로 가면 등산로다. 몇 미터 안되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이 상원사로 가는 길이고 가운데 길이 장군봉으로 가는 길이다.

 

 

 

 

 

이런 자작나무 숲도 보이고....

 

 

 

 

 

초반엔 육산인가 싶더니 가파른 비알을 오르면 이내 암릉이다. 특별한 조망도 없이 그냥 능선을 오른다. 다음지도에선 이 길이 75분 정도 걸린다고 나온다. 계획표를 작성하면서 설마 이렇게나 걸릴까 싶었는데 더 걸린다. 그나마 날이 시원해서 다행이라 위로한다.

 

 

 

 

 

 

15시 05분, 조망점에 올라선다. 이제 비알은 끝인가 싶게 능선길이다. 2분 정도 가니 다시 비탈로 내려서 다시 주능선으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식염 포도당을 2알 먹는다. 북한산 밤골에서 관봉 안부로 가는 비탈길 같다. 처음 숨은벽을 탔을 땐 다 타놓고 백운대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어찌어찌 언 바위를 네 발로 백운대 계단까지 기어오른 기억이다. 지금은 그렇게 가라고 해도 어떻게 해야 그 길로 갈지 감도 안 잡히는 길이다. 딴 산 생각을 하며 장군봉을 오른다.

 

 

 

 

 

15시 35분, 장군봉으로 올라가면 등산객이 2명 있다. 가섭봉에서 내려온 등산객으로, 백운봉까지 간단다. 그들끼리 하던 말이 생각이 난다. 또 올 산은 아니라고. 나는 아직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러면서, 그 둘이 여긴 정상이 아니라 말한다. 뭔 소린가 하며 나들이로 위치를 확인하니 정말 여긴 장군봉이 아니다. 백오십 미터는 더 가야지 된단다. 그럼 이 정상석은 무언가.

이번에 매틴 타이어포드라고 고릴라포드같은 작은 삼각대를 하나 들였는데, 아주 쓸만하다. 높이만 더 높으면 좋으련만, 그건 그 무게에 기대할 바는 아니다. 아무튼 삼각대로 셀카도 몇 번 찍으면 10분 정도 지난다.

 

 

 

 

 

15시 57분, 어떤 푯말을 지난다. 당시엔 그것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는데, 아주 유의해야 했다. 길을 잘못 들었다.

이 길로. 뭐지 하면서 GPS를 확인해 보니 선답자들은 정상에 있는 군부대 동쪽 사면을 따라 가섭봉으로 갔다면, 나는 군부대 서쪽 길로 들어선 것이다. 게다가 가섭봉-설매재-장군봉 갈림길을 내가 이미 지났다고 나온다. 난 그런 갈림길을 본 기억도 없는데. 하면서 생각을 곱씹어 보니 표지판을 봤다. 그것도 사진까지 찍어놓고 길을 잘못 든 것이다. 아래 표지판이다.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용문산(우측 1.0km)'이 빤히 보이는데 옥천면 쪽으로 그냥 간 것이다. 다시 되돌아가긴 정말 3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귀찮고 했다. 얼른 계획표를 뒤져 일정보다 지체되었다는 것을 확인해 변명거리를 만든 후, 그냥 설매재로 내려가기로 한다.

 

 

 

 

 

16시 10분,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그런데 도로 쪽으로 나 있는 길이 있길래 호기심에 한번 가 본다. 저 멀리 직선으로 임도가 보이기에 다시 가섭봉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해서 직진하니 사격장이란다. 총 맞긴 싫어 되돌아온다. 중간에 도로로 빠져나와 다시 등산로가 보여 그곳으로 들어간다.

 

 

 

 

 

같은 산인가 싶을 정도로 평탄하고 완만한 육산이다. 기분 좋은 육산이다. 마침 구름도 개 노래나 부르며 천천히 가고 있는데 길에 막대기가 있어 자세히 보니 실뱀 새끼다. 깜짝 놀라 움찔하면 새끼 뱀도 놀랐는지 스스스 등산로 옆으로 비켜선다. 좀 거리가 부족해 스틱으로 딱딱 소리를 내면 이내 수풀로 완전히 몸을 숨긴다. 이래저래 놀란 가슴을 다스려 길을 재촉한다. 쭈욱 완만한 내리막을 계속 내려가면

이런 표지판이 나온다. 길이 깨끗한 게 그래도 사람이 다니는 길인가 보다. 셀카도 몇 번 찍고 하면서 내려가면 비가 오려고 하는지 날이 어두워진다. 발을 재촉하면 17시, 설매재에 도착한다.

 

 

 

 

 

건너편 ATV 체험장에선 열 명 정도가 무슨 안전사항 같은 것을 교육받고 있는지 강사가 무어라 설명하고 있다. 차단기는 열려 있고, 입장권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고 써져 있지만 제지는 하지 않는다. 길은 파쇄석으로 된 임도일 줄 알았는데 그냥 흙으로 된 신작로다. 방금 ATV가 지나갔는지 매연냄새가 매캐하다. 날은 심상찮게 저녁 같은 어둠이다. 그러더니 빗방울이 안경에 툭 떨어진다. 다시 내려가야 하나 우비를 가져올걸 그랬나 레인커버는 있나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다가 전기톱 같은 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이면 점점 커지는 게 ATV 소리다. 자동차 소리가 아니라 오토바이 소리구나. 하긴 엔진은 오토바이 엔진이니까. 몇 대 지나가면 다시 또 매연냄새가 매캐하다. 다시 전기톱 소리가 들려 또 오나 했는데 관정을 파는지 천공기 소리와 발전기 소리다. 이 산중에 뭘 파나. 하면서 걷다 보니 다시 날이 갠다. 계속 이럴 모양이다.

 

 

 

 

 

중간에 등산로라고 쓰인 팻말이 보여 한 번 들어가 본다. 아닌 것은 알았지만 어디까지 가나 궁금했다. 지도상으론 북서쪽으로 또 임도가 나오는데 그곳인가 싶었다. 북동쪽으로 가더니 아예 능선을 타는 길이어서, 다시 되돌아온다. 남쪽으로도 또 등로가 있는데 가면 대부산으로 가는 길이다. 네이버 지도상엔 대부산 쪽에 샘터가 있다고 나오지만 등로엔 따로 그런 류의 표지판은 없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면 시야가 확 트인다. 활공장으로 가는 길이다.

 

 

 

 

 

저 멀리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이 꽤 많다. 뒤이어 트럭도 계속 올라오니 장사 잘 된다. 바람도 잘 불어 시원하겠다 싶다. 어떻게 한 번 태워달라고 해볼까. 어이없는 공상을 하면서 임도를 치고 올라간다. 꽤 가까워 보였는데 꽤 먼 길이다.

 

 

 

 

 

18시 05분, 활공장에 도착한다. 강사가 중국어로 뭐라 뭐라 하는 게 중국 손님도 있나 보다. 이 시간까지 활공장에서 활공을 하는구나. '간다고'유튜브에서 7시까진 활공한다는데 정말이지 싶다. 목요일에 유명산 박지를 조사하다 그 채널을 보게 되었는데 나름대로 유익한 정보들이 많았다. 여긴 계속 활공을 해대니 텐트는 못 치니까, 어차피 정상은 찍어야 하니까 정상 쪽 활공장으로 향한다.

 

 

 

 

 

정상 쪽 활공장으로 왔는데 여긴 아니다 싶다. 텐트가 이미 5~6동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술도 보이고 서로 다닥다닥 붙은게 동호회 따위의 무리지 싶다. 그렇게 지나치면 어디서 디젤엔진 소리가 들린다. 보니까 차가 한대 서 있다. 유의깊게 보니 아이스박스도 보이고 정상에서 뭐 파는 사람인가 보다. 그 사람이 나를 보더니 정리하다가 만다. 뭐냐 물어보면 위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막걸리 판다고 한다. 숙취때문에 용문산쪽 산행을 망쳤지만 술이 없으면 그래도 허전하다. 위스키를 놓고 온 탓에 하나 사기로 한다. 그런데 좀 크다. 한 1.5L는 되지 싶다. 가격도 만원이나 하고. 살 땐 그래도 다 먹으면 되지 싶었는데 역시 무리다. 정상으로 올라가면, 하드 상자가 보인다. 아, 하드도 파냐고 할 것을 그랬다. 사실 막거리보다 하드가 더 구미가 당기는데. 아무튼, 정상 전망대 데크 쪽에서 내 또래거나 더 젊어 보이는 남자애들이 보인다. 사진좀 찍어달라고 하려 했는데 먼저 사진좀 찍어줄 수 있겠느냐 물어온다. 땡큐다. 남자애들이 내려가고 시간을 보면 18시 18분이다. 아까는 흐리던게 좀 개기 시작한다. 다시 정상쪽 활공장으로 내려서면 텐트가 몇 동 더 늘어나 있다. 이젠 정말 여긴 아니다 싶다. 정상쪽 활공장은 아무래도 패러글라이딩하러 그곳까진 오지 않아 많이 박지가 형성된 것 같다.

 

 

 

 

 

하부 활공장에 가면 아직도 패러글라이딩이 한창이다. 해서 활공장 조금 위 언덕에 치기로 한다. 여기도 예전에 활공장이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나 평지가 거의 없어, 조금 들어간 장소에 텐트를 치기로 한다. 조금 무리하면 옛 활공장터에도 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하게 자고 싶진 않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이너만 치고 여기로 할까 저리로 할까 텐트를 옮겨보다 언덕 아래서 등산객 두 명이 올라오기에 원래 하려던 장소에 완전히 팩다운을 한다. 한창 텐트를 정리중에 그 두명이 여기로 올라온다. 그러면서 활공장이 이게 다냐 물어온다. 그건 아니고 더 올라가면 있는데, 사람이 좀 많다 일러둔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었냐 물어와, 그냥 젊은 사람들인데 시끄러울 것 같아 일로 왔다고 답한다. 그러니까 그러면 됐다면서 정상 쪽으로 향한다. 나중에 보니 그들은 정상쪽 활공장과 이쪽 활공장 사이 길에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밤에도 말소리가 이따금씩 들려와 무섭진 않았다. 한편으론 이쪽에 친 게 다행이다 싶었고.

 

 

 

 

 

텐트를 다 치면 주위가 한산해짐을 느낀다.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가디건을 꺼내 입는다. 석양이 투명했다. 내일은 맑을까. 정말 요즘은 가을이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낀다. 낮에도 이 정도로 선선하면 좋겠는데, 하면서 아까 사 온 막걸리를 먹는다. 아까 박지 물어본 두 명한테 막걸리 좀 줄 것을 그랬다. 혼자 먹기엔 무리니까. 집에도 한 차례 전화를 하고, 해가 슬슬 지기에 카레를 해 먹는다. 한쪽 전실은 드나들 때 귀찮아 아예 열어두어, 랜턴을 제일 낮은 1단으로 해도 벌레가 꼬여 레드라이트를 켜놓는다. 밤엔 영화를 볼까 하다 영화는 다 보기엔 피곤해 짧은 애니나 봤다. 아, 이번에도 삼각대가 효과적이었다. 머리맡 웨빙에 비너를 달고, 그 비너에 한쪽 다리를 휘어 엮고, 두 발은 텐트 벽면에 지지시키면 간이 스마트폰 거치대 완성이다. 이건 사진을 찍어놓는다는 걸 깜빡했다. 아무튼 양손 편하게 봤다. 이래저래 시간을 때우다 잠이 와 9시에 잠에 든다.

 

 

 

 

 


 

 

 

 

 

다음날, 오줌이 마려워 눈이 떠진 건 5시 15분 정도다. 밖을 보니 어슴푸레하게 동이 터오른다. 나가지 않으려다 물이 정확히 미간에 떨어지기에 화들짝 튀어올라 보았더니 결로다. 정상 데크에 칠 것을 그랬나. 주섬주섬 침낭을 몸에 두르고  나간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아, 동쪽 구름만 빨갛게 익어있다. 그 밑으론 용문산 가섭봉에서 백운봉까지 훤히 조망된다. 왠지 쌀쌀하다.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이마트표 파운드케익과 오트밀, 우유였던 것을 파운드케익과 핫초코, 막걸리로 대체한다. 시에라컵 닦기 귀찮았다. 아무튼 그렇게 대충 비닐에 넣고 발포매트도 챙겨 다시 밖으로 나간다. 활공장 터에 대충 자리를 잡고 먹는다. 바람이 잔잔하다. 바람 때문인지 벌레가 없어 으레 이런 평원에서 하는 호들갑도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일출이 선명하다. 처음엔 구름에 가려 오늘 일출은 글렀구나 했는데 구름 끝에서부터 동그랗게 올라온다. 이곳에 나 혼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여유롭고 만족스럽다.

 

 

 

 

 

굳이 글로 쓰지 않겠다. 평범한 일출이지만 다시 오지 않을 8월 25일의 일출이다.

 

 

 

 

 

대충 끼니를 때우면 다시 졸음이 찾아온다. 시간도 많겠다, 그냥 한숨 자기로 한다. 7시 25분엔가 다시 일어나 이젠 정말 가야지 싶어 밖을 보면 이미 해가 높다.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고도 시간이 남아 아래쪽 활공장에 발포매트만 펴고 등을 기댄다. 이럴 땐 막 다뤄도 되고 발포매트가 참 좋다. 그런데 어젯밤엔 조금 딱딱했던 기억이다. 한 십여분 누우니 저 멀리서 트럭이 올라온다. 슬슬 가야지 싶어 매트를 넣고 자리를 뜬다.

 

 

 

 

 

혼자 다니다 보니 날 찍어줄 사람이 없어 사진을 봐도 풍경 사진뿐이었는데, 미니 삼각대를 들고 다니니 좋다. 그렇다고 일반 삼각대는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워 한 번 돈 버리는 셈 치고 샀는데, 당첨이다. 아무래도 디카로는 원격으로 찍을 수 없어 핸드폰으로나 찍을 수 있지만. 그래도 만족이다.

 

 

 

 

 

이제 패러글라이딩 임도는 끝나고 ATV 쪽 임도로 들어왔다. 나무에 가려져 시원한 길이지만, 갈수록 연무에 휩싸이는 게 무언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사람을 한 번도 못 봐서 그런가. 한창 뭐 튀어나오는 게 아닌지 조심하며 가는데 MTB가 커브에서 튀어나온다. 움찔하니까 저쪽도 놀란 눈치다. 인사하고 갈 길을 가니 더 무섭진 않았다. 어제 길이 꽤 길었다고 느낀다. 갈 때는 왜 또 그렇게 길이 헷갈렸는지, 이리저리 임도가 난잡하게 뻗어 위성사진까지 봐가며 간 길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지도 한 번 안 보고 잘도 갔다.

 

 

 

 

 

9시 30분, 설매재에 다 다다랐을 때, 조금 당황했다. 차단기가 닫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생각했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니 차단기 옆으로 샛길이 나 있어 등산객이 다닐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사람까지 막을 순 없어서 그런가 보다.

 

 

 

 

 

10시 10분, 용천3리종점에 도착한다. '쏠비알'이라는 음식점 옆에 조그맣게 버스정류장 푯말이 있다. 다음지도로 조회해보니 정보없음이라 뜬다. 용천3리 마을회관까지 걸어갈까 생각하다 그냥 발포매트 펴고 쉬기로 한다. 정말 이게 맞는 정보인지 의심하다 10시 30분에 발차하면서 정보가 갱신되는 것을 보곤 오매불망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10시 55분, 버스가 도착해 탑승한다. 버스는 사람이라곤 할아버지 한 명뿐이다. 운전은 왜 또 그렇게 난폭한 지.

그렇게 흔들리며 양평역에 도착해 중앙선 열차에 탑승하니 웬 늙은이들 천지로 앉을자리는커녕 서 있을 자리도 없었다. 숨을 들이쉬면 1호선의 쉰내가 났다. 다 무임승차일 텐데, 생각하고 이 열차의 수송은 무슨 의미를 가질지 연이어 생각을 해본다. 용문역에 도착해서도 에스컬레이터에 사람이 몰려 5분이 되도록 빠져나가지도 못해 맨 앞으로 가 계단을 이용해 겨우 빠져나온다.

해서, 아무리 뒤져도 용문역에서 상원사 밑 보릿고개마을에 가는 버스 시간표가 나오지 않아(첫차 이후론 배차간격만 나온다) 시내에서 짜장면이나 먹을까 하면서 무작정 걷다 보니 익숙한 숫자가 지나간다. 상원사 밑 마을까지 가는 버스다. 막 뛰어 버스를 잡아보려 해도 무심하게 떠나간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왜 이 고생인가 싶다. 주변에 택시는 또 보이지 않아 버스터미널 근처로 가 1km 정도 걸어가 택시를 잡는다. 그렇게 시골길을 가길 10여분, 원점회귀다. 택시비는 만 천원. 산은 9시 반에 다 타놓고 차에는 12시 반에 도착한 것이다. 아, 이것 참 오착이다. 루트 선택을 생각 없이 하면 이렇게 된다. 가면서도 중부내륙에서 영동으로 빠지지 말고 감곡톨게이트에서 내려서 장호원으로 쭉 간다는 것을 생각없이 네비 말대로 그 일요일 오후에 영동고속도로로 갔으니, 확실히 술은 사람을 꼴통으로 만든다.

집에 도착하면 아직도 수도공사가 한창이어서, 뿌레카로 구멍 뚫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집이구나, 했다.

 

 

 

+이번에 느낀 건 원점회귀가 아니면 차는 어디 버스터미널 근처에 주차해두어야 한단 점이다. 산은 좋았지만 교통편이 영 아니었다. 뭐 숙취 때문에 급하게 변경해서 그런 탓이 대부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