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설악산 2019.06.09~10 서북능선 종주 원점회귀-(1/2)

두두새 2019. 7. 8. 19:40

산행 일시


2019년 06월 09일 03:52 ~ 2019년 06월 10일 14:25


교통편


자가용(원점회귀)


날씨


2019년 06월 09일 날씨 오전 구름 조금 오후 소나기 13.6~26.9도(원통리 관측값)
2019년 06월 10일 날씨 오전 소나기 오후 흐림 13.1~19.1도(원통리 관측값)


산행코스


남교리탐방지원센터-12선녀탕-대승령-귀때기청봉-한계령갈림길-끝청봉-중청봉-소청대피소(1박)

소청대피소(1박)-봉정암-수렴동-백담사-백담탐방지원센터-남교리탐방지원센터(걸어서)


도상거리


전체 46.12km
1일차 21.66km
2일차 24.46km

 

 

 


올해 1월에 남교리를 들머리로 서북능선 종주를 도전했는데, 알람을 오전 3시가 아닌 오후 3시로 맞춰놓는 바람에 결국, 불행인지 다행인지 오전 4시에 일어났다. 부랴부랴 첫 끼니를 챙겨 먹고 남교리 탐방센터까지 가니 5시 정도라, 인생 처음으로 가는 설악산인데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어 그대로 설악 소공원으로 향한 적이 있었다.

아무튼, 이번은 인생에서 두 번째로 가는 설악산이고, 첫 서북능선 종주다. 가야지 가야지 하다 영영 못 갈 것 같아, 또 마침 새 비옷이 도착했기에-비 소식도 있고-때맞춰 갔다.

산 탈 때는 대체로 혼자 다니는 것이 좋지만, 떠날 때나 올 때는 입이 참 심심하고, 거기까지 단지 산을 타러 200km를 기름 태워 운전해가기엔 무언가 참 비효율적이고 아깝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사는 곳이 시골인지라, 안내산악회를 이용하기에도 마땅찮고. 친구들 중에선 산 좋아하는 친구는 거의 없고. 복학하게 되면 산악회나 알아봐아겠다.

원통불가마에서 몹시 뒤척이다, 2시 20분엔가 일어났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입산통제 해제 시간에 맞춰 산행하려면 대체 얼마나 부지런해야 할까. 이 날도 2시 20분에 일어나 빨리 챙긴다고 챙긴 것인데 이날도 4시에 출발하게 되었으니.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라면 한 개 반을 끓여먹었다. 먹을 당시엔 배부르다 느꼈지만 잘 한 선택이었다. 이 날은 평소 식사량으론 5끼 분을 먹은 날이다.

 

원통불가마.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차라리 차에서 자는 것이 더 낫다. 시설의 문제라기 보단 내가 사우나와 맞지 않는다.

 

4시 조금 안되어 남교리를 떠난다.

 

 

 

4시 45분 정도 되니 어슴푸레 동이 터온다. 안개가 산등성이 사이로 아스라이 피어오른다. 아 좋다.하고 몇 번이고 중얼댄다.

 

 

 

 

5시 40분, 복숭아탕에 도착한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5시 55분, 계곡에서 꺾어지더니 원시림으로 접어든다. 이 부분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다. 무의식적으로 열을 올려 나중엔 거의 기다시피 했다.

 

 

 

 

안산 분기점. 7시에 도착해 5분 휴식한다. 쉬면서 아이스티를 먹으려 배당에 비너로 달아둔 머그컵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어디 나무에 걸려 끊어졌나 보다. 아무튼 아이스티를 먹었다. 얼마나 맛있던지. 종주 산행 시엔 항상 새콤달콤한 게 당기는데, 그렇다고 과일을 챙기기엔 무겁고 껍질이나 씨 같은 쓰레기가 생기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이스티는 어떨까 하고 이번에 처음 챙겨봤는데 스스로도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싶다.

 

 

 

7시 35분, 대승령에 도착한다.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대승폭포에서 올라오고, 소청에서 자는 팀이란다. 내내 같은 코스다. 그러나 산행하는 내내 이 팀을 보지 못했다. 소청에서 막 밥 먹고 정리하는데, 그 팀을 만나게 된다.

 

 

 

 

1408봉 향하는 길. 수풀이 정리되지 않아 벌레엔 질색하는 나에겐 모자가 필수다. 이따금씩 수낭 밸브가 목에 스치면 흠칫흠칫 놀라 막 몸을 털어내느라 바빴다. 엊그제 비가 와 길도 질척여 힘들었다. 1월에 타지 않은 것이 다행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사진 찍을 때엔 어느 능선인지 알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쓰려니 어딘질 모르겠다.

 

10시, 1408봉에 도착한다. 조망점 직전에 뱀 한 마리를 만났다. 쉭쉭대는 것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친다. 다시 생각해보니 멀리 풀숲이라도 스틱으로 던져 놓을 것을 그랬나 싶다. 이때 처음으로 귀때기청봉을 본다. 아, 저게 그 너덜이구나. 아찔하다.

귀때기청봉 가는 길.
귀때기청봉, 까마득한 너덜산.
오른쪽, 그러니까 남동쪽 경치가 좋았다. 속초 방향에서 올라오는 운해가 높이를 실감케 한다.
귀때기청봉 너머 북서쪽으로 보이는 용아장성(으로 추정). 어딘지?

 

 

12시 40분, 귀때기청봉에 도착한다. 이때까진 1408봉 전이 더 힘들었다 느낀다. 단지 더위에 헥헥댈 뿐. 배낭 허리 부분 포켓에 넣어둔 초콜릿이 녹아 찝찝했던 기억이 난다.

 

 

귀때기청봉 하산 시작이다. 귀때기청봉에 오를 때까지는 이걸 가지고 너덜산이라 하나 하고 의문을 품었는데 내려갈 때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 이즈음 해서 별 통증은 없지만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다. 인공관절 안 하려면 필수다.

이 날의 조망은 잊지 못할 것이다.

 

 

 

이날 가리봉-점봉산 방향 조망은 참 좋았다. 내가 그쪽으로 가고 있단 것 빼곤. 강한 직사광선에 중간중간 퍼지게 된다. 아, 이게 귀때기청봉 너덜이구나. 중간중간 지시봉이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과, 잘못 뻗으면 무조건 골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느린 것인지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미노바이탈을 이 구간에서 2포나 먹었다. 삼립 단팥빵도 두 개. 계란 하나. 아이스티 2포. 아이스티는 컵이 없어 입 안에 적당히 붓고 수낭으로 물을 빨아 마신다. 운행 중엔 이 방법이 되게 효율적이었다. 아이스티를 더 가져오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로. 아, 길 참 지랄 맞기도 했다. 황철봉은 이것의 배는 된다는데. 언제나 타볼까 싶다. 수낭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아 혹시나 싶어 물을 살펴보니 여태까지 1L 소모했다. 여유롭다. 어디 눌린 데가 있어 그랬나 보다.하고, 마음 놓고 물을 먹는다.

오른쪽으로부터 서북능선을 타고 늘어지는 운해와 구름에 가려진 대청봉.

 

 

 

 

2시, 한계령 갈림길에 도착한다. 여기서 고민을 많이 한다. 여기서 내려갈지 더 가볼지. 당시엔 무언가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었다. 좀 앉아 쉬려고 하는데, 귀때기청봉에서 왔냐고 누가 물어본다. 그렇다 하니, 여기까지 몇 시간 걸렸나 묻기에 대충 8시간이라 답하니 그 정도냐 한다. 일행이 8시에 남교리에서 출발했는데 2시 반까진 여기로 온다고 했단다. 지도상으론 대승령에서 한계령까지 3시간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가 그렇다고 하는데 이건 꼭 수정해야 한다 생각한다. 지금이 여름이니 망정이지, 겨울에 그거 믿고 산 타단 해지기 딱 좋다. 아무튼 그 일행을 보며 가야겠다 마음먹는다. 집에 대충 연락을 하고,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다 출발한다.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길이 안개에 휩싸인다. 아까 본 그 구름 속으로 들어왔지 싶다.

 

 

 

3시 30분 정도에 등고선상으로 1450m 이름 없는 봉우리를 지나간다. 부부로 보이는 산객들을 지나치는데, 포도 한 송이 주기에 마다않고 받아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시 정도 되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옷을 꺼낼까 고민하다 결국 꺼내 든다. 4시 40분, 끝청을 지난다. 끝청에 오르니 비가 멎어 비옷을 벗게 된다. 바람이 참 시원했던 기억이다.

 

 

 

 

5시 20분, 중청분기점을 지나간다. 대청에 갈까 했지만 조망도 시원찮을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중청에서 소청으로 가는 계단길은 참 좋다. 다시 비가 와 옷을 꺼내든다.
운해 사이로 나무가 희끗희끗 보인다.

 

 

 

5시 40분 소청을 지난다. 소청에서 소청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꽤 경사가 깊었다. 오르려면 고생 좀 할 성싶다.

 

5시 50분, 소청대피소에 도착한다. 비가 와 밖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결국 취사장에서 먹어야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만실인지라 기다렸다 7시에 먹어야 했다. 산에서까지 고기를 구워 먹고 싶은지, 후식까지들 챙겨 드시는 모습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날 저녁은 3분 카레에 계란국, 햇반이다.

블로그에서 본 햇반 빨리 먹는 방법(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ooill00&logNo=220410907252&parentCategoryNo=&categoryNo=1&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View) 를 전날 했어야 하는데 미처 깜빡했다. 햇반 데우는 시간은 꽤 지루했다. 습한 공기에 그저 계란국과 몰래 싸온 소주 한잔을 곁들인다. 그래 청승좀 떠니 훈훈한 게 기분이 좋다.

 

등산에서 햇반 빨리 익히기.

등산에서 햇반 빨리 익히기. 햇반은 전자렌지는 금방이지만, 끓는물에서는 10분정도 익혀야 가능하다.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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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는 계단 옆에서 혼자 잘 수 있어 편했다. 난방도 틀어 습하지 않았고. 온풍기 소리가 묘하게 아늑해, 이날은 8시 조금 안되어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