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설악산 2019.06.09~10 서북능선 종주 원점회귀-(2/2)

두두새 2019. 7. 10. 20:19

산행 일시


2019년 06월 09일 03:52 ~ 2019년 06월 10일 14:25


교통편


자가용(원점회귀)


날씨


2019년 06월 09일 날씨 오전 구름 조금 오후 소나기 13.6~26.9도(원통리 관측값)
2019년 06월 10일 날씨 오전 소나기 오후 흐림 13.1~19.1도(원통리 관측값)


산행코스


남교리탐방지원센터-12선녀탕-대승령-귀때기청봉-한계령갈림길-끝청봉-중청봉-소청대피소(1박)

소청대피소(1박)-봉정암-수렴동-백담사-백담탐방지원센터-남교리탐방지원센터(걸어서)


도상거리


전체 46.12km
1일차 21.66km
2일차 24.46km

 

 


4시에 알람을 맞춰 일어난다. 몸이 아주 개운하다. 엊그제 사우나에서 못 잔 탓인지 깨지도 않고 잤다. 아침으로 미역국라면 반개와 햇반 한 개를 먹는데, 산을 탈 땐 항상 이거다. 양도 적당하고 맛도 좋으니 아침으로 딱이다. 아미노바이탈 한 포를 챙겨 먹고 출발하려니 기분 좋게 적당히 비가 온다. 그렇게 다시 소청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데, 손이 허전하다. 바삐 취사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스틱이 사라졌다. 배낭 옆에 두었던 내 스틱이. 혹시나 싶어 침실로 가 보아도 역시나 없다. 화장실을 둘러봐도. 마침 발전실에서 나오는 국공 직원에 취사장 CCTV 좀 볼 수 있냐 했더니 애초에 취사장엔 CCTV가 없단다. 분실물이 나오면 연락 주겠다는 말을 뒤로하고, 다시 취사장으로 향한다. 옆에서 밥을 먹던 부부에도 물어보니 못 봤단다. 아까 출발한 아줌마 무리들이 가져갔는지 훔쳐갔는지 아니냐 역으로 물어본다. 하긴 저 구석에 T자형 싸구려 스틱 하나가 놓여있다. 그거라도 짚고 갈까 했지만 그랬다간 또 훔치는 꼴이 아닌가 싶어 하릴없이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결국 스틱 없이 공룡-오세암-백담 하산은 좀 무리다 싶어 계획을 수정한다. 봉정암을 통해 백담사로 하산하기로 한다. 다행인지 화장실 옆에 나무 막대가 있다. 딱 지팡이 용인게 나 같은 사람이 쓰다가 놓은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다.

결국 출발하려 보니 6시다. 스틱 도둑 때문에 20분 지체되었다. 아까는 기분 좋았던 비가 갑자기 저주스럽다.

아침. 든든했다.
그래도 가슴 아래까진 오는 지팡이었다. 정말 다행으로. 아무튼 스틱 훔쳐간 놈년은 자식 눈앞에서 벼락맞길 다시 한 번 기도한다.

 

 

 

 

봉정암에 도착하면 6시 25분이다. 커피 한 잔 하고 해우소에 갔다 오니 6시 50분. 느긋하게 간다. 기다리는 사람 누구 하나 없다. 다만 오후 고속도로 정체가 신경 쓰일 뿐.

 

 

 

 

 

봉정암을 넘어서면 시작되는 계곡길. 경치에 넋이 나가 몇 번 넘어진다. 오른편으로 보이는 용아장성은 역시 명불허전인지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곡. 바람소리 뿐이 들리던 것이 물소리로 시끄럽다.

 

쌍용폭포 부근을 8시에 지나친다. 봉정암에서 내려오는 신도들을 지나친다. 그들은 몇 시부터 내려오는 것일까. 등산객이야 그렇다 치지만 무릎 아파하며 이곳까지 오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수렴동 대피소를 통과한 것은 9시 15분의 일이다. 이쯤 되니 이 풍경도 족할 듯 넘친다. 머무르지 않고 바로 통과한다.

 

 

수렴동을 통과해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람쥐가 등산로에 보인다. 평소처럼 안녕하고 가려하니 앞질러 가기에 요놈 봐라 하고 멈춘다. 뒤돌아 보더니 등산화 주변을 맴돈다. 귀여워 땅콩 하나 주니 잘 먹는다.

 

 

 

백담사엔 10시 40분에 도착한다. 어제부터 먹고 싶었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는다. 한 입 먹고 나니 추워선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꾸역꾸역 먹고 화장실에 가 이틀 만에 손을 씻는다. 마음 놓고 손을 씻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집에 한 번 연락을 하고 자리를 털면 11시 10분이다.

 

 

 

 

 

 

길은 잘 모르겠지만 이쯤 되어 내 동반자에 안녕을 고한다. 너무 고마운 막대기다.

 

무슨 꽃인지 냄새가 참 좋다. 치자 냄새 같기도 하고. 때늦은 봄냄새에 설레인다.

 

 

 

 

때마침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그냥 지나친다. 발로 환종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하자.

내려가는 길은 꽤나 심심했다. 콘크리트 길이라 슬슬 발의 통증이 배가된다. 그러면서도 비는 꾸준히 왔다.

 

 

 

 

 

12시 35분에 백담분소에 도착한다. 화장실에서 한 번 세수를 한다. 잠시 화장실 밖에 벗어놓은 배낭이 몹시 신경 쓰였다. 도둑맞기 전이라면 신경 쓰지도 않았던 것들이 너무 신경 쓰인다.

 

 

 

전날 서북능선을 탈 때부터 냉짬뽕이 먹고 싶었다. 하다못해 그냥 짜장면이라도. 하여 가까운 중국집을 찾았지만 왜 이리 군인들이 많던지. 그냥 휴게소에서 먹기로 한다.

용대리에서 남교리 가는 길은 백담사에서 백담분소 가는 길보다 마음에 들었다. 비록 발은 아프지만 차였으면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것들이 눈에 띈다. 아스팔트 냄새와 비 온 숲의 냄새가, 습기가 기분 좋았다. 아, 여긴 박지로 참 좋은 곳인데 하면 망해버린 캠핑장이었다. 난 이런 곳이 좋다. 폐허와 같은 곳들. 빛바랜 것들. 오면서 <메기의 추억>을 참 많이 불렀던 날이다.

 

 

2시 30분, 남교리에 도착한다. 불어버린 강을 보며 영시암의 작은 시냇물을 떠올린다.

차에 시동을 걸면 그 소리가 그렇게 안정이 될 수가 없었다.

 

 

 

 

 

 

 

 

보완할 점들

1. 스틱은 배낭에 꽂아 두자.

2. 초반 채력 안배에 신경쓰자.

3. 카메라는 항상 세팅을 확인하고 찍자. 디카로는 3스탑 언더로 계속 찍고 있었다.

4. 전날 햇반을 데워 오자.